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지난 6일 오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 미래`에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신청했다가 7일 오전 여론에 못이겨 철회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오는 10월 총장 임기가 끝난다고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국립대 총장으로서 해서 안될 일을 저지른 것이다. 아직 7개월 남은 임기동안 그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글로컬 대학, 라이즈 사업 등 굵직한 과제는 물론 무전공 확대, 의대 정원 조정 등 학내외 업무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도 대학일은 내팽개치고 자신의 정치적 욕구만 채우기 위해 여당의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대학 총장을 믿고 그동안 따랐던 학생들이 억울해 보인다.
경북대 총장이었던 박찬석 전 총장이 비례대표에 오른 전례도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총장의 행보는 박 전 총장과는 다르다. 홍 총장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점이다. 여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자로 접수하면서 총장 사직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록일인 이달 22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지만 `몰래 한 신청`이다. 들키지 않으면 다행이고 설사 들킨다해도 그때 사직할 요랑으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대학 총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비례대표 신청을 철회한다고 해서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례대표 신청을 철저히 숨기다 뒤늦게 들키자 철회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경북대에는 그가 해야할 일들이 태산이다. 이런 산적한 현안들을 미해결 상태로 두고 제 갈 길 가겠다는 건 학생들에 대한 모독이다. 항해하는 배에 선원들을 두고 뛰어내리려는 선장의 모습이나 마찬가지다. 경북대 교수 1238명을 대표하는 교수회도 더 이상 홍 총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물러나라고 외친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시기에 자신의 길만 쫓겠다는 것은 대학총장의 모습이 아니다. 경북대는 지난해 글로컬 대학에 지정되지 못한 몇 안 되는 지역거점국립대 중 하나였다. 변혁의 시기에 대학일에 온힘을 쏟아야 할 판에 정치권을 기웃거린 건 크나 큰 실책이다. 그동안 자신을 신뢰하며 따랐던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교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홍 총장은 하루라도 빨리 떠나는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