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정원을 늘려 달라는 지방대 총장들의 목소리가 절박하다. 수도권 대학들보다 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희망 증원 규모를 취합한 결과 전체(3401명)의 73%(2471명)가 지방대에서 나왔다. 지방대 총장들은 소속 대학 의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대학본부 입장에서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고 대학병원 확장에 유리하다. 학교 평판도 좋아지기 때문에 의대 증원 기회를 마다할 대학들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지방대들의 의대 증원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호소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주·청송·봉화·영양·울진 등 도내 대다수 지역의 의료 인프라는 태부족이다. 현재 의대 정원이 110명인 경북대는 140명을 증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북대의 요청이 수용되면 정원이 250명으로 늘어나 전국 최대 의대가 된다. 전북대는 98명 늘어난 240명으로 정원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 500병상 규모로 개원하는 군산병원에 필요한 의사만 120여명이라고 한다. 경남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75명으로 서울(3.54명)의 절반이 안 되는데 경상대 의대 정원(76명)은 서울시내 8개 의대 정원 합계(826명)의 10분의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상대는 진주 본원 외에 창원에 700병상 규모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나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며 정원을 200명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방대들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여 졸업을 해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는 의사들을 집중 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대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7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고, 동아대는 정원의 89%를 지역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반면 수도권 의대들은 증원에 소극적이었다. 현재 정원이 110명인 연세대의 증원 신청은 10명에 불과했고, 서울대와 고려대 등 대부분의 서울시내 대학들은 증원 신청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는 지방 소멸을 가속화시킨다. 초고령사회 비중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더 크다. 지방의 의료사각지대일수록 의료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현재의 지방 의대들이 배출하는 의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대 정원을 배정하는 과정에 지방대를 우선 배려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지방을 의료사각지대로 방치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