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6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까지 복귀하면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넘겨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처분과 강제수사까지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마지막 호소와 함께 예고했던 사법 처리 불가피성을 거듭 경고한 것이다. 정부의 단호한 자세는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부터 예고된 것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이미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80.5%인 1만 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예 병원을 떠난 전공의도 70%가 넘는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졸업 후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까지 집단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가 빠진 대전에서는 또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것에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고 분노만 더 키울 뿐이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2000명 의대 증원’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따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첫 단추다. 의료대란을 겪으면서도 국민 다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다른 이익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처럼 엄중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고 엘리트 층인 의사들의 절제와 양식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가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복귀 시한을 29일로 잡은 것은 벼랑 끝 승부수다. 전공의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극단적 상황은 없어야 한다. 환자를 버린 의사가 입학 정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수가 인상 등을 무슨 낯으로 말할 수 있나. 보다못한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의료계의 중재자로 나섰다. 무엇보다 먼저 후배이자 제자인 전공의들을 설득해 의료 현장으로 발길을 되돌려 놓길 바란다.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되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적극 소통해야 한다. 사태 수습을 위한 각계의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엊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작금의 의사 파업 사태가 정부가 조장한 정치쇼라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시중의 의혹’을 내세워 음모론에 군불을 지폈다. 원내 1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아무리 총선 국면이라해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오늘(29일)까지 병원으로 복귀할 것을 다시한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