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나뉘었던 지난 대선은 우리 정치를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다보니 이제 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압축된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에서 거야의 입법 권력과 정부·여당의 행정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했다. 민생에 꼭 필요한 입법은 양측의 극한 대결에 번번이 무산됐고, 진영 논리가 얽힌 법안은 일방 처리와 거부권의 정면 대치 속에 무산되기 일쑤였다. 이런 눈꼴사나운 정치판을 국민들은 2년간 지켜봐 왔다. 이번 총선에 양당 패거리 정치의 폐단을 깨뜨리겠다며 나선 제3지대가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양당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나선 제3지대 세력들이 ‘빅텐트’를 치며 출발을 알린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대통합을 이룬지 불과 11일만에 만에 텐트가 찢어졌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하며 독자노선을 택했다. 이준석 공동대표와 선거 지휘권을 놓고 다투다 그리됐다고 한다. 처음부터 물과 기름의 화학적 결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결과론적으로 당권 싸움에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만약 총선에서 유권자가 제3의 정당에 캐스팅보트를 준다면,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명확하다. 갈등의 조정. 양당의 대결 정치와 진영 논리를 조율하고 중재하고 때로는 무력화해서 정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라고 표를 주는 것인데, 개혁신당은 내부의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했다. 애초에 정체성이 달랐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보수·진보 정당에서 이탈하고도 좌파니 우파니 하는 낡은 잣대에 여전히 얽매여 있음을 보여줬을 뿐이다.한국 정치의 토양은 제3 정당이 자리 잡기에 척박하다고들 하지만, 개혁신당 파동은 토양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당층이 30%를 오르내리고, 2030 젊은 유권자들이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시선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지금의 토양은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했다. 어느 한쪽이 떠나면서 깨진 이 기회가 너무 아깝다. 제3지대를 택한 이들에게 아직 새 정치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혁신당의 패착은 이합집산을 통한 세력화를 제3지대 성공의 관건으로 착각한 데 있었다. 유권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말하느냐다. 이미 그들은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그들에게 신선한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아쉬움이 그래서 더욱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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