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그리 많은 인원이 아니다. 한국은 내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2035년이면 그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의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지금부터 늘리지 않으면 오는 2035년에 들어서는 1만5000명의 의사 부족사태를 겪게 될 것으로 경고한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최대 1만명의 의사가 확충될 뿐이다. 이 인원으로는 늘어나는 환자수요를 감당해낼 수 없다. 여전히 5000여명이 부족한 셈이다. 그런데도 전공의들이 이를 빌미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밥그릇 타령을 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했는데 당연한 말이다.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등 오만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정부를 협박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의사들의 대국민 협박에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의대 증원을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정부 정책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한다 싶으면 파업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게 이제 습관이 됐다. 2000년에는 의약분업에 반대해 집단 휴진을 했다. 이들을 설득하느라 정부는 의대 정원을 351명이나 줄여야 했다. 의사들은 2014년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2020년 의대 정원 확충 역시 파업으로 무력화했다. 정부가 국민 생명을 잃을까 두려워 이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인데 더는 이럴 수 없다. 의사들의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명분 없는 파업에 환자를 희생시키는 악습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이런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그런 악습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는 의사 자격이 없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에 불응하면 의사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의사들에 대한 설득도 함께 해야 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못 믿겠다는 의사들이 많다. 좀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의사들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