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부산에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2심까지도 실형 유죄가 인정된 자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전날에는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 명목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자 신당 창당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신당 창당 뒤 민주당에 흡수되면서 재미를 톡톡히 본 열린민주당 모델을 답습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마당에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나 신당 창당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사법 체계를 우롱하는 일이다. 최근 2심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의 판단이 유지된 만큼 향후 3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설령 조 전 장관이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더라도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은 자동 상실된다. 사법의 단죄를 정치적으로 희석하려는 한풀이 용도로 총선을 이용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총선이 개인 명예회복의 도구가 될 수는 없다.조 전 장관이 어떤 인물인지는 국민이 더 잘안다. 자녀 입시 비리로 ‘아빠찬스’란 희대의 유행어를 남기며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좌절시킨 장본인이다. 어렵게 밤낮으로 공부해 대학을 가려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비정상적인 꼼수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니 나라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진영 간 극단 대립으로 치달은 이른바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를 흔든 해악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2심 선고 순간에마저 반성은커녕 총선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공정과 상식이 이렇게까지 처참히 내팽개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만큼은 엄중한 표로 응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