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어렵게만 여겨졌던 제3지대 4개 정당의 화학적 결합이 마침내 실현됐다. 총선을 눈 앞에 두고 빅텐트를 친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은 지난 9일 `개혁신당` 당명으로 합당하는 데 합의했다.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위해 서둘러 빅텐트를 치며 탄생시킨 신당이 총선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제3지대 정당의 출현은 선거 때마다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지역과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다수 정파가 참여해 빅텐트를 친 경우는 흔치 않다. 이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과연 순조롭게 갈 수 있겠느냐가 관심거리다.
제3지대 신당은 거대 양당에 실망한 20~30%의 무당 또는 중도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20% 안팎에 달한다.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면 신당은 4월 총선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쥘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 기반과 세대 기반이 다른 정파들이 모였을 때 통합의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당의 정체성을 드러낼 총선 공약만 하더라도 4개 계파가 합의를 이뤄내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도우파 성향 이준석 대표가 발표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등 공약에 대해 상대적으로 좌파 성격의 민주당 탈당파들이 쉽게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결국 향후 외부인사 영입과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것을 두고 내홍이 불거질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제3지대 신당은 거대 양당에 비해 확고한 지역 기반도, 대권주자도 없다.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겠다면 기득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합당 후 일성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그 정도로는 먹혀들지 의문이다. 연금개혁이나 국회의원 특권 폐지처럼 양당이 외면하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현안을 통해 신당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단순히 거대 양당 사이에서 어부지리로 자리만 차지하겠다면 선거가 끝나고 간판을 내린 그 많은 신당들과 다를게 뭐가 있나. 결국 총선때만 반짝 떴다 사라지는 당이 아닌 국민들에게 각인될 확실한 제3당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