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영세 사업장과 자영업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형사처벌 등을 받는 법 확대 적용을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부딪치게 생겼다. 중대재해 처벌 확대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의 국회 처리가 여야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800만명이 일하는 사업장 83만여곳에 당장 긴장감이 감돈다. 준비없이 맞이하다보니 현장 사정은 절박하다. 영세 사업주들은 법 적용을 피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다. 직원 수를 5명 미만으로 줄여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10명인 직원 수를 8명으로 감축한 뒤 공장을 2개로 쪼개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업주도 있다.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음식점, 빵집 주인 등 자영업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하면 폐업해야 한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새로 포함된 공사비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들은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다. 산업 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의 입법도 현실에 맞아야 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법은 도입 직후부터 처벌 규정이 모호해 대응에 한계가 있는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 동안 시행한 결과 중대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실효성 논란도 불거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선의로 도입된 중대재해법이 외려 이들의 고용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영세 사업주가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선의로 포장한 정책이 일자리를 줄이는 등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에 따른 혼란을 방치하는 건 직무 유기다. 늦었지만 중대재해 처벌 확대 유예 법안을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라도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 표심을 겨냥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고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적극 설득해야 마땅하다. 이 법 시행 때문에 당장 고민에 빠진 영세업자부터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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