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 왔다. 선거철만 되면 물 만난 듯 활개치는 철새들이 있다. 정치는 명분싸움이다. 그 명분은 국민 눈 높이에 맞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매사를 그렇게 뚜렷한 명분과 정당성을 갖고 정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다. 정치인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선 그런 노력은커녕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철새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문제를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고 씁쓸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해오다 지난 18일 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입당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입당하면 그는 당적을 6번 옮기는 정치인이 된다. 정치를 하다보면 당을 옮길 순 있다. 하지만 그가 보수와 중도, 진보 성향 당을 넘나드는 동안 이적의 명분이 명쾌하다고 느낀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지난 2017년 친 문재인 세력을 비판하다가 안철수 대선 후보의 국민의당으로 옮겼고, 2019년엔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해 삭발까지 했다. 그런데 여전히 친문 및 조국 세력이 넘쳐나는 당에 가는 걸 고민한다니 이해할 수 있겠나. 과거 ‘문재인·조국 저격수’였던 그가 그 당으로 스스로 간다고 하니 참으로 정치철새의 맘을 이해할 수 없다. 비명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에 뛰어든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의 행태도 좀 민망스럽다. 양이 의원은 지난 23일 출마 회견을 하면서 양 의원을 향해 “사적 권력만 축적해 온 토호 정치인” “여당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경기 광명 정치수준을 땅바닥까지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어떻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냐”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정치인들이야 경선이 있을 땐 치열하게 맞붙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개석상에서 같은 당 의원을 이렇게까지 맹비난하는 건 도의가 아니다. 정치 도의란 걸 깡그리 잊은 듯하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에 연고도 없는 친명계 이수진 의원이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 불출마 선언 하루 만에 지역구를 성남중원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윤 의원은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고 배신의 상처를 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극성 지지층한테 어필하기 위한 흠집내기성 발언이다.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최소한의 도의도 찾아보기 어려운 철새들이 설친다. 정치인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