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입찰 갑질이 도(度)를 넘고 있다. 한수원이 최근 ‘고리원전 항만구조물 보강공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면서 과도한 실적 제한으로 지역건설사의 참여를 원천봉쇄시켜 말썽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지역건설사와 함께 상생해도 모자랄 판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조차 실적제한이 까다로워 입찰참여를 꺼릴 정도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혹여 한수원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미리 짜놓은 입찰공고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한수원이 공고한 ‘고리원전 항만구조물 보강공사’ 입찰내용을 보면 종합심사세부기준 통과가 가능한 업체는 국내에선 6개사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정정공고를 통해 통과 가능한 업체는 단 2곳뿐이다. 1차 공고와 정정공고 모두 과도한 실적제한을 내세워 대기업은 물론 지역 건설사는 아예 참여할 수 없다. 심지어 한수원의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도 이 종합심사세부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포기했다. 한수원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입찰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한수원은 이번 입찰의 참가 자격을 ‘최근 10년 간 단일계약건의 항만 또는 어항 외곽시설 준공금액(도급자설치 관급금액 포함) 760억원 이상의 시공실적을 보유한 업체’로 제한했다. 이는 한수원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이번 입찰의 추정금액(762억원) 1배수에 해당하고, 이를 충족하는 건설사는 국내에선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극동건설 등 6곳에 불과하다. 한수원 측은 당초 공고에서 충족하는 업체가 없자 지난 10일 2차 정정공고를 통해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2곳을 입찰참여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입찰 결과 동부건설이 빠지는 바람에 대우건설 1곳만 참여해 결국 유찰됐다고 한다. 문제는 한수원 측이 왜 이처럼 입찰실적 제한을 까다롭게 하느냐다. 이 때문에 국내 중대형 건설사는 물론 지역 건설사들은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 대한건설협회 부산광역시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해당 세부기준 실적을 충족시킬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역건설사의 단독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러니 한수원 측이 특정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공고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기업 한수원이 왜 지역건설사로부터 이같은 의혹의 눈길을 받아야 하나. 한수원은 하루빨리 이런 갑질과 폐단을 없애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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