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사퇴 요구`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는 듯 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와 집권 여당 대표가 눈이 내리는 화재현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갈등의 본질을 놔둔 채 겉으로만 악수를 나눈다고 모든 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과 함께 화재 현장을 점검했다.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윤 대통령이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하면서 극적 만남이 성사됐다. 한 위원장은 먼저 도착해 눈속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과 한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 한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해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일단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에 대한 불만을 전달한 지 이틀 만이다. 이에 앞서 김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하고, 한 위원장 역시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발언을 하며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증폭됐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국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갈등 해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저열한 `몰카 정치 공작` 때문이라 하더라도 일단 국민들에게 낮은 자세로 소명하는 게 도리다. 덮어놓고 따지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제2부속실 설치 및 법제화, 특별감찰관 임명 같은 후속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여당도 이참에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당정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에둘러 말했어도 대통령실 인사가 여당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면 불법적인 당무 개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집권당이 대통령 편과 비대위원장 편으로 쪼개지는 모습을 다시 보여선 안된다. 총선 패배는 둘째 치고 국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 국정과제가 모두 물 건너갈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얘기한 것처럼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