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나난했던 2023년을 뒤로 하고 희망과 기대로 가득찬 갑진년(甲辰年)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새해맞이 풍습(風習)은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기원하는 풍습으로 긴 가래떡을 뽑아 만든 떡국을 먹으며 덕담(德談)을 주고받는다. 유럽 문화권에서는 ‘파이’를 만들면서 그 안에 반지를 넣거나 동전을 넣어 행운(幸運)을 바라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파이’를 먹으며 누가 행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반지나 동전이 든 파이를 먹게 되는지 보는 풍습이다.   중국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며 ‘교자’를 즐겨 먹으며, 빨간 봉투에 용돈을 넣어 덕담과 함께 아이들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교자’는 지난해와 새해가 교차한다는 의미와 비슷한 뜻을 지닌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바잉쯩`이라는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바잉`은 빵이고 `쯩`은 찐다는 뜻이므로 그 의미를 짐작해 보게 한다.   영국에서는 그믐날 자정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가 하면, 그리스에서는 집 안에 재생과 부활을 의미하는 양파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 스페인의 경우는 새해를 맞이할 때 가족들과 함께 열두 달을 의미하는 열두 개의 포도를 먹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나라마다 새해맞이 풍습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이지만 가족과 함께 행운(幸運)을 기원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새해를 맞아서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德談)을 주고 받는다. 휴대전화나 이메일에도 그런 덕담(德談)이 넘쳐난다. 이때의 `복(福)`이라는 말에는 재물, 출세, 자식, 부인, 남편 복 등 많은 의미가 두루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덕담(德談)은 우리의 아름답고 오래된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우리 격언에 `천 사람의 혀는 쇠도 녹인다`는 말이 있듯이, 말에는 그렇게 되라고 하면 그렇게 되는 신비(神秘)한 힘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덕담에는 그렇게 되라고 축원만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었으니 감사하다는 언령관념(言靈觀念)이 배어 있다고 했다. 덕담(德談)은 이같이 상대방에게 희망과 힘, 격려와 기대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악담(惡談)이 만연하고 있다. 남을 속이고, 해치고, 아픔과 슬픔을 주는 말들과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인사치레의 허언(虛言) 역시 난무한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사람은 비수(匕首)를 가시 돋친 말속에 숨겨둘 수 있다`고 했다.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마음의 소리이며 정신의 얼굴’이라는 말이 새해 덕담(德談)처럼 일상에도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영중심의 정쟁(政爭)만 일삼는 정치판과 정국 불안, 지구촌을 흔드는 경제적 고통의 먹구름 등이 우리를 옥죄기만 해왔다.최근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발표에 의하면 생계유지나 용돈벌이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이 전국적으로 4만2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로 하루 5.4시간, 주 6일 폐지를 주웠다. 거의 매일 일을 했지만 한 달 평균 수입은 고작 15만9000원이었다. 폐지를 줍는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의 12.7%에 불과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역사상 최고의 경제대국, 군사대국을 이룬 나라인데도 선진국 그룹이라는 경제협력기구 국가중 노인빈곤률 1위, 노인자살률 1위로 소득불평등이 심한 참으로 부끄러운 나라다.2024 갑진년(甲辰年)은 육십 간지(干支)의 마흔 한번째 해인 푸른 용(龍)의 해다. 예로부터 용(龍)은 희망(希望)과 성취(成就), 용맹(勇猛)과 지혜(智慧)를 상징하며, 용중에도 청용(靑龍)은 대운(大運)의 상징이라고 한다.갑진년(甲辰年) 새해에는 용(龍)이 물을 만나 힘차게 날아오르듯 청용(靑龍)의 기운을 받아 위기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여러 난관(難關)을 딛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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