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결국 탈당하고 국민의힘을 떠났다. 내년 1월 신당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총선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대선이 끝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느냐”며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보편적 민주시민의 고민을 담아내겠다”고 했다. 그가 총선에서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낼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세웠던 당대표, 보수 정당의 변화를 상징하던 젊은이가 이렇게 당을 떠날 만큼 국민의힘 내부가 곪아 터졌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그를 끌어내린 지 1년4개월 만에 세 번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다시 당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국힘이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보다 이 전 대표가 왜 국힘을 탈당했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몇 달간 이어진 국민의힘 지도부 내홍은 여당을 대통령 직할의 친윤 체제로 만드는 과정이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승리에 역할을 한 이준석 대표를 돌연 윤리위에 회부해 중징계했고, 뒤이은 전당대회에서 결이 다른 후보들을 주저앉히며 김기현 지도부를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명 체제를 이재명 사당화라 비판하면서 국민의힘도 그와 다를 바 없는 친윤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지난 대선의 ‘윤석열 대 이재명’ 극한 대결 구도가 선거 이후 정치판에도 고착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정치는 정쟁으로 전락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외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왜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하느냐”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표가 매주 서너 번씩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을 국민의힘이 왜 압도하지 못하는지 반성하자”고 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이준석 탈당 과정에 들어 있다. 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 비판적 쓴소리를 용인하려 들지 않아 초선 의원들마저 눈치만 보는 풍경은 당대표였던 사람이 당을 박차고 나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시민의 고민을 담아내겠다”고 외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한 위원장이 말한 당정관계, “우리(여당)는 우리의 할일을 하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할일을 하는” 관계이지 못했던 것이 국민의힘을 위기로 내몬 요인 중 하나였다. 사람을 바꾸는 세대교체부터 정치하는 방식을 바꾸는 정치개혁까지 여당의 많은 것을 바꿔야 할 때다. 국힘은 이준석 전 대표의 말을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당 쇄신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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