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그는 당이 처한 상황을 `9회 말 투아웃`에 비교하며 벼랑 끝에 몰린 당을 구하기 위한 ‘특급 소방수’로 나섰다. 26일께 첫 당무를 시작하는 한 지명자의 첫 번째 숙제는 비대위원 구성이다. 당헌에 따라 비대위는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나머지 12명은 한 위원장이 선임한다. 그는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직후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들을 뽑겠다"고 인선 기준을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었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분원 연구위원 등 좌천을 거듭했다. 그러다 대선 후 예상됐던 지검장 등이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고, 지금은 여당 최고 비대위원장까지 올랐다.
국힘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무효표(30만 표)보다 적은 24만 표 차이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 결과가 한동훈이라는 새 인물을 등장시켰다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실력`이란 득표력이고, 이를 위한 지지층 확장은 필수다. 한 표라도 이겨야 권력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선거제도 특성상 정치철학보다 정치공학은 항상 우위를 점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난 명료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은 지지층에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공세를 단호하게 받아치는 모습도 기존 보수 진영에선 찾기 어려운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만 `참신`에서 그친다면 그의 9회말 구원 등판은 의미가 없다. `참신`은 지지층 확장에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의 `참신`은 박스권에 갇힌 지지층을 끌어올리고 고전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승리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국힘 당내 일각에선 한 비대위 인선을 두고 "전원 70년대생으로 해야 한다" "이재명 체제와 대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등 벌써부터 숱한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변의 언사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평소 그가 해 온 것처럼 참신성을 부각시키면 승산은 충분해 보인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한 위원장을 비난하고 나서지만 속으로는 내심 겁을 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 역시 여의도와 용산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소신껏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가 공략해야 할 확장 대상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니다. 야당 리스크에 실망한 야권 지지층과 정치 혁신을 갈망하는 중도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