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경철기자]경주 최부자 고택에서 초서체 고문서와 서한이 다수 발견됐지만 이를 해석할 전문인력들이 전무해 소중한 민간 기록유산이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기록유산은 조선 중기 이후 구한말과 근대에 이르기까지 과거제와 실학, 생활문화사,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사 등의 사료로 평가되는 귀중한 전통기록 문화유산이다.경주최부자댁은 육당 최남선이 편집하고 1933년 문파 최준이 발행한 ‘동경통지’를 비롯해 경주 출신 인물 가운데 과거에 응시해 문과 또는 생원·진사시에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과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 놓은 ‘연계안’ 등 고서와 고문서로 된 소중한 기록유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또한 독립운동 자금지원과 관련해 백산 안희제가 최준에게 도움을 요청한 서한인 ‘백산 안희제 간찰’을 비롯한 조선 정조 때 초계문신과 주고받은 서한 등 2만여 점의 서한과 고문서를 소장하고 있지만 5000여 점은 아직까지 해독을 못하고 있다.최부자댁은 해서·행서체로 남아있는 고서와 고문서, 서한 등을 분류해 정리·보존하고 있지만 초서체로 된 고문서와 서한에 대해선 전문인력 부족으로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신라천년고도이고 신라 국학의 본향인 경주지역에는 많은 한학자들이 있지만 초서체로 된 고문서와 서한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이가 전무한 실정이다.경주지역 한 원로 한학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흘려 쓴 초서는 정형화 돼 있지 않고 자의적인 서체이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의 옛 선비들에겐 일상이지만 한자를 어느 정도 안다는 현대인들이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나 자신도 70여 년간 한학을 접해왔지만 해석하기엔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최부자댁 관계자는 “경주가 아닌 대구와 서울에 있는 저명한 한학자들에게 초서체로 된 서한을 해석해 줄 것을 의뢰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해석된 서한을 납품받아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없어 답답하고 해결책을 고심해도 현재로선 뾰쪽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국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 주면 전문인력들을 보강해 최부자 고택 소장 고문서와 서한을 해석해 우리의 전통기록 문화유산을 일반에 널리 알려 세계화함으로써 우리문화의 국격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12대 400년간 만석꾼의 부를 지켜오면서 ‘공존과 상생’을 실천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 된 경주최부자댁은 경주시의 지원을 받아 최부자정신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코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