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사실상의 빈손으로 조기 해산된 것에 대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선 10일 공개적으로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위 조기 종료로 일단락되는듯 했던 당내 갈등이 김 대표 사퇴론으로 옮겨붙으면서 김 대표가 언제쯤 결단을 내릴지도 관심이 모인다.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 대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3선 하태경 의원은 이날 김 대표를 향해 "불출마론 부족, 사퇴만이 답"이라고 촉구했고,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 대표 체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했다.이어 "사퇴가 불명예는 아니다"며 "이대로 총선에 대패해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면 그땐 모든 책임을 김 대표가 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서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김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던가"라며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김 대표 사퇴론은 지난 7일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선언한 직후부터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한다.실제로 재선 이용호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냐`는 물음엔 "지금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하기도 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은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묵살한 채 전권을 주겠다며 인요한 위원장을 모셔 온 분이 누구인가"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이라고 했다.이처럼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오는 배경엔 부정적인 내년 총선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판세 전망이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는 분석이다.실제로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전통적 텃밭인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을 등 6곳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 서울 8석(용산,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보다 못한 결과다.여론조사 결과 역시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지난 5~7일 여론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 전망은 `정부 지원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51%로 정권 견제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정부 지원론을 앞섰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22대 총선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2%,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