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경철ㆍ주철우기자]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원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 원전도시 경북 경주와 울진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SMR R&D, 원전 생태계 지원, 원전 수출 분야 예산 182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무엇보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는 울진 신한울 3·4호기에 부품을 공급할 중소·중견 기업용 보증보험 지원 예산 58억원도 삭감돼 울진주민들이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이같은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소식이 전해지자 21일 경주와 울진군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집중 성토했다. 주민들은 아직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 심사가 남아 있는만큼 민주당이 신중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엄중 경고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親원전 정책으로 이제 막 원전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의 이같은 처사는 지역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망가뜨린 민주당이 현 정부의 원전 생태계 회복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원전 생태계를 두 번 죽인다’, ‘다시 탈원전으로 회귀하느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SMR(소형 모듈 원전)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추진을 결정했고, 지난해 대선 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약까지 한 사업이어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의 원전 관련 예산은 총 7500억원인데 방사성 폐기물 관련 예산과 원전 주변 지역 주민 지원, 국제 협약으로 매년 내는 국제핵융합실험로 분담금 예산 등 의무 지출 예산을 제외한 70%가 감액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예산 중 208억원도 원전 R&D라며 삭감했다. 이대로 예산결산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국내 원전 산업의 연구·개발은 멈추게 되고, 원전 생태계 복원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또 전 세계 17국이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는 SMR 예산은 333억원 모두 삭감됐다. SMR은 국고 지원에 민간 자금을 더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국책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이 삭감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사업이 표류 위기에 놓인다. 특히 SMR 사업에 올인한 경주시와 경북도의 원전정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지난 정부에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위해 내년부터 새로 편성된 이른바 ‘윤석열표 원전 예산’은 모두 삭감됐다. 민주당은 원전 중소·중견 기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1000억원은 ‘지원 대상이 포괄적이고,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뺐고, 원전 기업과 인력을 지원하는 112억원도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은 원전 수출 지원을 위한 예산도 삭감했다. 원전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수출 보증보험 발급 예산 250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당장 내년에 체코 원전 국제 입찰이 있고, 폴란드·영국·루마니아에서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원전 기자재 R&D를 위한 예산 60억원도 모두 잘렸다. CF(무탄소 에너지) 연합 확산을 위해 배정한 6억원도 삭감했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원전횡포다”면서 “현 정부의 親원전 정책은 막으면서 脫원전으로 다시 회귀하겠다는 오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