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 이후 조성된 외국인 투자가들의 `셀코리아` 움직임을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주한상공회의소 및 외국투자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오찬에는 정부 측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등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허태열 비서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배석자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었다. 정부 외교라인의 핵심인물들이 `경제관련` 행사에 참석한 이유는 북한의 도발위협과 무관치 않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실장과 주 수석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안보태세가 확고하다는 점을 주한 외국 기업인들에게 설명하고 안심하고 기업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 일정은 약 3주 전에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데 이어 남북간 군통신선 차단 등에 나서며 도발위협을 서서히 고조시키던 시기다.
북한은 이어 최근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고 국내에 체재하는 외국인들에게 전쟁 발발에 대비, 사전에 대피 및 소개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외국인들을 직접 겨냥한 위협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오찬 일정을 연기하는 대신 오히려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기업인들에게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태세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협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3조원 넘게 자금을 회수하는 `셀코리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청와대는 주시해왔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 안보태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인들은 동요하지 말고 기업 활동에 전념해달라는 메시지를 국정최고책임자가 발신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헌정사상 첫 여성 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의 `차분한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개성공단 조업 잠정중단→미사일 발사 예고 등으로 위협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례적일 정도로 차분한 대응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가 10일 전후로 예상됐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쏴야 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호들갑을 떨지말라`는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지 않는 태도는 무엇보다 외교ㆍ안보 부문에서 국가최고지도자가 중심을 잡아야 국민이 불안하지 않다는 판단과 연결돼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도발이 발생한다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 "북한의 협박ㆍ공갈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것이 확고한 정부의 입장" 등의 강력한 원칙을 한결같이 천명해왔다.
그렇지만 `조종사 점퍼` 차림으로 속칭 `벙커`라고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에 가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긴박하게` 비쳐지는 모습과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또 국가 안보와 관련해 여러 부처에서 통일되지 않은 목소리가 나갈 경우, 혼선만 주고 국민 불안감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된 부처 한 곳에서 입장을 발표하라는 `원보이스` 지침을 내렸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개성공단 사태 등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과 관련, "청와대는 호들갑을 떠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해 신중하고 차분한 대응을 강조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이정현 정무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안보에 관해서는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강력하고 투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도발이 없는데 우리가 먼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차분한 가운데서도 한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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