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대구은행에 악재(惡材)가 터졌다. 대구은행 임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 개를 임의로 개설한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했다면 엄청난 범법행위다. 특히 이같은 범법행위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넥타이 부대’ 은행직원들의 일탈이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임직원 개인이 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 없이 직원이 감히 이런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 있겠나. 정말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가 취소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정말 큰 악재다. 대구은행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경북도 맘이 편치 않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금감원의 태도가 강경하다. 시중은행 인가는 금융위원회의 권한이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참고하겠다고 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만약 이번 금융사고가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드러나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인가할 경우,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대구은행은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각종 비리를 저질러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등 임직원 4명은 지난 2020년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직전 DG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던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상품권 깡’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고객신뢰다. 신뢰성을 가지려면 일차적으로 직원들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이에따른 완벽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돈을 만지는 일을 자칫 이성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이번 사건으로 은행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고객 신뢰성도 많이 추락했다. 대구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깊이 우려하며 비리혐의를 낱낱이 공개해 고객들에게 한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