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태헌기자]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천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둔 마당에 터진 문서위조 사건은 시중은행 인허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10일 금융권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천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다른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고객 명의로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만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하거나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6` 등으로 적어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하게 한 사실도 확인됐다.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나게 됐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말 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대구은행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지시하는데 그쳤다. 고객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 별도의 자필을 받지 않고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이므로 실명을 확인한 뒤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구은행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금융당국은 경남은행의 562억원 횡령에 이어 대구은행 계좌 불법개설까지 은행권 핵심 업무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 관련 사건을 지난 8일 인지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면서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위법 및 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대구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 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