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청년들과의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로 투표해야 하느냐”는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 발언은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고령층에서도 의외로 반발이 거세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런 소릴 들어야 하느냐”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가 선거에서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1표를 행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 또한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노년층)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의 발언 모두 민주주의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기본 가치를 망각한 망언이다. 이런 뒤틀린 차별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제1야당 혁신위원장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아이가 중학생 때 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란 질문에 답했던 기억을 되살려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는 게 합리적”,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1표’라 어려움이 있지만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배움이 부족한 아이의 불만스러운 질문에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기는커녕 외려 장단을 맞춘 것고 모자라 여러 해가 지난 자리에서 버젓이 청년들에게 ‘1표 등가성의 불합리’를 주장했다. 과연 이런 분이 민주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1인1표제의 당위성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민주당은 과거에도 “60·70대는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정동영),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유시민) 등 수많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제 혁신위원장까지 가세한 꼴이다. 노인층에서 보수당 표가 많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말을 했다면 정치인으로서 옹졸하기 짝이 없다. 58세인 김 위원장 자신도 조만간 노인이 된다.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흔히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한다. 김 위원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라면 초등학생, 유치원생, 영유아는 표를 7장, 8장, 9장씩 가져야 한다. 민주당 혁신위원장도 김 위원장이 맡을 게 아니라 10대가 맡는 게 낫겠다.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자 근간인 1인 1투표를 부정하고 싶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김은경의 이 발언, 이런 인식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표로 응징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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