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대선 과정 때부터 윤 대통령에게 언론정책 등에 대해 조언해 온 이 후보자는 일찌감치 단수 후보로 내정된 상태였다.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후보자 지명 시기를 저울질해 왔으나 지난 5월 면직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오는 31일까지여서 지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를 견뎌내야만 최종 임명된다. 때문에 이 후보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인물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명 발표에서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정부의 방송·통신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뛰어난 정무 감각과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선 아들이 자사고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렀고, 이 후보자가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와 대통령실은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학폭 사안 자체가 워낙 예민하다. 혹여 추가 의혹 폭로 등이 있을 경우 분위기는 급반전될 수 있다. 청문회에서 아들 학폭 의혹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도 맞아야 한다. 이 후보는 이명박(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공영방송 간부 교체를 주도하는 등 언론 자유를 억압해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어제 “이 후보자는 MB정권 때 방송 탄압의 상징 인물”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에서 편향과 불공정으로 일관하며 국민 외면을 자초했던 방송을 정상화할 인물”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지명 발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간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국제 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방송환경에서 ‘편파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영방송에 대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기용은 기울어진 방통위나 공정하지 못한 공영방송을 바로잡는 일이다.한국기자협회의 설문조사에서 기자 80%가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다. 공영방송 구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권력의 의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리한 경영진 교체로 회사 내 갈등이 증폭되고 공영방송 고유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을 국민은 원치 않는다. 이 후보자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그래서 이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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