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을 일컬어 ‘철면피’라고 하는 말이 괜히 쓰여진 것은 아닌 듯 하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등 3명이 베트남과 라오스 출장길에 올랐다. 이 물난리통에 한가하게 외유를 떠난 것은 고사하고 의원 외교를 하러 갔다는데, 누구누구를 만나는 일정이란 설명만 있을 뿐 어떤 안건과 이슈를 논의하러 갔다는 내용이 없다. 외교를 빙자한 외유가 아닌지 의심케 하는 출장은 극한호우에 많은 인명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강행됐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정 의원이 수해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관련 입법을 논의해야 하는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에 수해 대응의 최전선이 있다면, 그것은 환노위원장 자리다. 그가 의사봉을 두들겨야 수해 예방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고,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 입법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여름 30여명이 목숨을 잃은 수해 이후 환노위에는 관련 법안이 숱하게 올라왔다. 지방하천의 안전을 확보하는 하천관리법 개정안, 도시 홍수를 예방하자는 도시하천 침수방지법 제정안 등 14건 중 단 1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 법안들의 심의를 책임지는 환노위원장이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그렇게 1년을 허송세우러 보내고 다시 수해가 닥쳤는데, 여야가 7월 중 조속히 수해 입법을 처리키로 한 다급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돌연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전 예방 입법을 1년 동안 뭉개더니 시급한 사후 입법마저 내팽개친 것이다.환노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가 잡혀 있다. 그날 법안을 통과시켜야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박 위원장 귀국 예정일이 28일이다. 회의에 올라올 법안의 조율과 점검도 하지 않은채 그날 귀국하자마자 의사봉만 두들기려 한 것이다. 그럴 거면 거수기를 놔두지 왜 비싼 월급 주며 국회의원을 두나. 민주당에서조차 “사리분별을 못 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다고 했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사리도 분별하지 못하는 이들을 그 자리에 그냥 놔둬도 되는 건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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