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동수기자]물폭탄이 쏟아진데다 정전까지 발생, 온 동네가 암흑천지로 변한 지난 15일 새벽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이 마을 이장 박우락씨와 전 이장 이재선씨는 집집마다 뛰어다니면서 "모두 집에서 나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40가구, 60여명이 모여 사는 이 작은 동네는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주민 2명은 안타깝게 탈출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이씨는 23일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몸이 잠길 정도였는데 전기까지 끊겨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했다. 그는 "모두 대피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 2명이 실종돼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감천면과 가까운 효자면에서도 주민들을 구한 의인이 있다.명봉리 이장 황병철씨와 주민 김도연씨도 같은날 새벽 시간당 60㎜가 넘는 집중호우로 토사가 마을을 덮치자 자신들의 몸을 돌보지 않고 주민들을 구했다.황씨는 자신의 집이 부서지고 있는데도 주민 대피에 전념했고, 김씨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토사에 떠밀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효자면 고항리 김영환 이장과 사곡리 최통일 이장은 급류에 휩쓸린 주민을 밧줄로 구해냈고, 은풍면 우곡1리 최성회 이장은 새벽 순찰을 돌다 마을 앞 다리가 물에 잠긴 것을 발견하고 주민 60여명을 황급히 피신시켰다.김학동 예천군수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민을 먼저 구한 이들이 진정한 의인"이라며 "이들의 이런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더 큰 희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내린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는 예천 15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 등 25명이 숨지고, 예천 주민 2명이 아직 실종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