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일 포항시를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 구미시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각각 지정했다.특화단지로 선정되면 첨단전략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인·허가 신속처리 △킬러규제혁파 △기반시설구축(특화단지 산업기반시설 우선 지원) △세제·예산지원 △용적률완화 △민원처리 △전력·용수확충 등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반도체, 이차전지 산업 글로벌 초격차를 경북이 이끌 수 있게 됐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포항시는 철강 일변도의 산업에서 석유를 대체하는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산업을 더한 미래산업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또 포항은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돼 겹경사를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성장 거점이었던 구미시도 이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의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경북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인 K-배터리, K-반도체 산업의 혁신성장 거점으로 글로벌 초격차를 견인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도 함께 띠게 됐다. 정부가 특화단지를 지정한 것은 배터리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된 포항시에는 이미 배터리 소재산업 세계 수위를 다투는 양대 기업이 생산과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와 리튬 생산 등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한 에코프로와 올해 안에 아르헨티나 鹽湖에서 추출한 리튬 생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7년까지 확정된 투자액만 14조원으로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업단지가 협소할 지경이라고 한다.
구미시도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으로 경기도 용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반도체 제조기업의 후방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초일류 소재·부품 기업의 기술 초격차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특구 지정으로 반도체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있는 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방산 등 첨단산업 생태계 구심점으로 구미시가 추진하는 미래 산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세계 주요국의 지원 경쟁은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미·중 패권 전쟁의 여파로 첨단 기술 확보는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사활적 과제로 등장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중국·일본·대만·유럽연합(EU) 등이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반도체 동맹 강화를 위해 각국 정상들이 직접 나서서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단거리 경주처럼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제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규제 혁파와 인재 양성, 기업 애로 해소, 외교력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산학연정(産學硏政)이 ‘원팀’이 돼 총력전을 펴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우리모두는 잊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