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를 낸 예천에 여야 정치인들의 얼굴내밀기용 방문이 잇따르고 있어 이재민들이 짜증내고 있다. 가뜩이나 슬픔에 잠겨 있는 이재민들에게 정치인들의 생색용 방문은 그리 달갑지 않다. 과거 재해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이 보여주기기식 ‘인증샷’ 등 몰지각한 행위로 이미지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연일 예천 수해현장을 찾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척 하지만 일부 수해 현장에선 벌써부터 "사진만 찍고 가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족, 친지 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는 이들의 뒤늦은 방문이 오히려 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8월 수해 때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돼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당시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 같은 학습효과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은 당직자들에게 수해 복구 현장 방문할 때에는 각별히 언행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언행주의령이 내려졌다. 사실상 수해피해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은 그냥 몇시간 머물다 떠난다. 슬픔에 잠긴 이재민들에게 정치인들의 방문은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문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수해 현장 방문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가적 고통을 눈과 귀로 확인해 입법에 녹여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방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장에서 온갖 사탕발림으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례(지난해 태풍 힌남노 사태 등)에 비춰 볼 때 관련 법안들이 제대로 수용됐는지도 의심스럽다. 그 당시엔 마치 금방이라도 해줄 것처럼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이번 예천수해 역시 여야가 발 빠르게 현장을 찾고 있는 것도 속이 훤히 보인다. 당장 그 때뿐 시간이 흐르면 정치인들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번 예천 수해현장에는 대통령에 이어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지칠대로 지쳐있는 수재민과 공무원들에게 이들의 방문이 과연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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