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 직원이 앞으로 “태양광의 개인사업을 안하겠다”고 양심서약을 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수백여명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이후에 밝힌 서약이라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다. 터지기 전에 미리 양심고백이라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런데 직원들의 자정 결의치고는 진정성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9일까지 2만3000여 명 직원들이 `겸직금지 의무 준수 및 태양광 비리 근절 서약`에 서명했다고 한다. 전 직원 서약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한전 측은 직원 가족 등의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전 직원이 서약을 할만큼 비리가 만연한 것도 놀라운데, 전력기금을 쌈짓돈처럼 빼먹는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지난달 한전 등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 명이 차명 법인 설립과 같은 방법으로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전력기금 점검 결과 총 5824억원의 위법·부정 집행 사례가 확인됐다는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발표가 있었다. 설비 투자액을 부풀리고 보조금을 허위 정산하거나 연구개발(R&D) 비용을 이중 지급하는 등 비리 행태도 다양했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을 발전시키고 전력 취약계층을 지원하라고 전기요금의 일정 비율을 징수해 조성한 돈인데 엉뚱하게 한전 직원과 태양광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데 쓰인 셈이다.“태양광 개인사업을 안하겠다”라는 서약만으로는 부족하다. 태양광 사업의 인허가 주무기관인 한전 직원들이 이를 안하겠다는 말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꼴이다. 한전 직원과 가족이 관련된 태양광 사업에 대해 인허가를 취소하고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등 후속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가 터졌을 때 국회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이른바 `LH 3법`을 통과시켜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수익에 대한 환수, 추징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번 한전의 태양광 사업도 이해충돌방지법 등 기존 법률로 부족하다면 특별입법을 도입해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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