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필국기자]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도심에서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구급차에서 숨지는 사건과 관련, 대형병원의 전공의가 피의자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대구의사회는 "마녀사냥식 희생양을 찾는 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22일 경찰과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 A씨가 지난달 16일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경찰은 응급의료법 제48조의 2(수용 능력 확인 등)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와 관련, 대구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억지 수사는 대한민국 필수 의료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반발했다.의사회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의료 환경과 열악한 응급의료 체계에 의한 것이 명백하다"며 "이를 외면한 채 마녀사냥식 희생양을 찾는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이대(이화여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구속된 이후 작금의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의 시발점이 됐다"며 "만약 이번에도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해 희생된다면 가뜩이나 풍전등화 같은 대한민국 응급 의료 체계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앞서 지난 3월19일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응급차에서 2시간여 동안 전전하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건물 4층에서 떨어져 골목길에 쓰러진 채 발견된 A양(17)은 119구급차로 이송돼 2시간가량 도심을 돌아다녔지만 병상 부족과 전공의 부족 등의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단 한군데도 없어 결국 사망했다.이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4일 환자 수용을 거부한 대구파티마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의료기관에 응급의료법에 따라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