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쇄신 3대 과제 공동서약을 제안했다. 이른바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자고 여야 의원들에게 주문했지만 과연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대표가 주장한 것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 등 3가지다. 특히 불체포특권 포기의 경우 여야 전원이 서명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과 맥락을 같이 했다. 이 대표 역시 교섭단체 연설에서 자신의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양당 대표의 이런 제안에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이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 왜냐면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그 만큼 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무려 1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구금할 수 없다는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부여한 대표 권한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야당 탄압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 의원 보호장치가 필요했으나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일반 국민은 단순 절도로도 구속수사를 받는데, 거액의 뇌물 수수나 개발 이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람을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봐주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회의원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지만 그동안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다. 대선 후보 시절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해 놓고 국회 입성 후 그 권한을 방패로 활용한 게 누구도 아닌 바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다. 김 대표가 제안한 ‘의원 무노동 무임금’과 ‘정수 10% 축소’도 야당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는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을 못 받는 게 상식이다. 국회의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기까지는 개헌 같은 거창하고 힘든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이미 발의된 법을 입법 완료하는 작업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불체포특권 포기의 경우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법만 통과된다고 능사가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22대 총선이 이제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정당 후보든 ‘특권’포기를 공약으로 내건다면 당선 1순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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