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9일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기조에 따른 것이지만 수험생을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환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를 거론하며 교육 당국이 학생을 사교육 현장으로 내모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EBS를 활용한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돌봄지원·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방과후 교육과정도 확대 지시했다. 교육부가 적정 난이도·킬러문항 배제 등 수능 출제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면서 ‘수능 난도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던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통상 6월 모의평가는 다소 어렵게, 마지막 9월 모의평가는 쉽게 출제됐다. 정부의 ‘불호령’이 떨어진 데다 원장마저 사퇴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장 ‘물수능’ 논란이 일자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변별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일선 교육 현장의 불신과 대혼란은 여전하다. 수험생·학원가에선 올해 수능 출제 경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대혼란에 빠졌다.입시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 대다수가 전문가를 자처할 만큼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킬러 문항 대신 출제 기법 고도화를 통해 교과과정 내 ‘준킬러 문항’을 대거 늘린다지만 사교육 시장 역시 발 빠르게 대처할 것이다. 수능 난도는 ‘신의 영역’으로 불릴 만큼 부침이 심하다. 2022학년도 과학탐구 영역 킬러 문항 오류는 소송과 입시 일정 연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수시축소·정시확대 기조에 따라 수능의 비중이 커지면서 변별력 확보는 이제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출제 기법 고도화를 공언하고도 또다시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번지면 입시 제도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다. 당장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부터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이번 ‘물수능’ 논란은 그간의 숱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실패한 이유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리고 대입제도 개편 등 중·장기적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