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한국의 전문직 종사자와 재미 유학생 등의 미국 현지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문직 비자`(E-3) 쿼터를 연간 1만500개 배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주재 한국 대사관도 미국 정치권이 추진하는 통합 이민법에 한국인 전문직 비자 1만5천개 안팎을 확보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 등을 미국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
이 방안이 성사되면 연간 1만명 이상의 한국인 전문 인력이 임시 취업 비자를 받아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외교ㆍ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ㆍ태평양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니 팔레오마베가(미국령 사모아) 의원과 공화당 소속 전 외교위원장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플로리다) 의원은 이날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공화ㆍ민주 양당에 의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법사위원회에 제출된 이 법안의 명칭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정성 법안`(THE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FAIRNESS ACT OF 2013)이다.
국무부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전문직 인력에 연간 E-3(임시 취업) 비자 1만500개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팔레오마베가 의원은 "한국은 주요 경제 대국이자 미국의 7번째 교역국이고 전략적 동맹이다. 이런 국가에 비자 특혜를 주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라며 "한국인 전문직을 고용함으로써 미국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의 창의성과 다방면에서의 기여도를 고려하면 이는 양국에 윈윈(win-win)이 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와 주미 대사관도 미국 행정부ㆍ의회를 상대로 연간 3천500개에 불과한 한국인 대상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입법을 요청해왔다.
미국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전문직 비자 발급 수를 연간 학사학위 6만5천개, 석사학위 이상 2만개 등 8만5천개로 제한하는데다 인도와 중국이 미국 내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쿼터의 60% 이상을 가져가면서 한국인의 비자 획득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3월 한ㆍ미 FTA 발효로 서비스 교역 및 투자를 위한 전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비자 쿼터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주미 대사관은 이에 따라 의회에서 논의 중인 통합 이민법 등에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를 1만5천개 안팎 배정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치권의 이견으로 이민법 등이 입법화에 난항을 겪을 때는 별도의 법안을 통해 쿼터를 확보한다는 방침에 따라 연말까지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직접 접촉 중이다.
한편 호주도 2004년 미국과의 FTA 발효 이후 별도 입법을 통해 1만500개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했었다.
미국 행정부는 과거 FTA를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등에 전문직 비자를 발급해주는 조항을 협정에 포함했으나 의회가 월권이라고 반발하자 다음 협상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요구에는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재미 유학생과 한국 내 전문직 종사자 상당수가 미국에서 취업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쿼터 제한으로 비자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미국이 FTA를 체결한 모든 국가에 전문직 비자 쿼터를 별도로 내주면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유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가 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미국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두뇌 유출의 우려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미국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제한 없이 비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어 원어민 교사 등 매년 약 1만명이 비자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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