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1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가짜약(위약 ; placebo)`을 처방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 스스로도 치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 함량 미달의 약, 비타민, 영양제, 불필요한 검사 등을 처방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약물의 효능 평가 등을 위해 의료계에 만연한 위약 실험의 효용과 윤리성을 둘러싼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조사 결과다,
AP 통신은 21일 이 같은 위약 처방 관행은 영국 의사협회 권고 지침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 사이에 관행화된 위약 활용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 대상 의사들은 환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또는 환자들이 구체적 치료를 애타게 원하기 때문에 위약 처방을 한다고 답변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제레미 호윅은 "보건 당국자들이 위험에 처하면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는 타조처럼 위약 치료가 없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호윅은 위약 사용의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관행과 방식들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온라인판에 20일(현지시간) 게재된 이번 연구보고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호윅과 동료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이 조사에서 783건의 답변을 확보했다.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설탕으로 만든 알약 등 위약을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엑스선 검사 등을 시행했느냐는 질문에 의사들의 97%가 적어도 한 번은 그런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가짜 약을 사용했다는 의사는 12%였다.
매주 어떤 종류든 위약 치료를 활용했다는 의사는 77%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80% 이상은 상황에 따른 위약 활용은 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사협회의 윤리위원장인 토니 컬랜드 박사는 조사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처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연구 결과 미국 의사들의 절반 가량이 환자들에게 말하지 않은 채 별로 효과가 없는 치료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덴마크, 스위스 등지에서도 이런 치료 관행이 보고됐다.
미국 의사협회는 환자가 사전에 통보받아 알고 있을 때에만 의사들이 위약을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지난 2011년 독일 의사협회는 위약 등을 더 자주 사용하도록 의사들에게 권고하고 이를 환자에게 꼭 말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위약은 효능이 없지만 효능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제공하는 약물이나 치료를 뜻한다.
이는 보통 특정 약물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실험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짜 약과 가짜 약을 각각 투여하는 `이중맹검` 실험이나 가짜약을 통해서라도 `2차적인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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