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터진 이른바 ‘물수능’ 파동으로 고3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학원가 등이 대혼란에 빠졌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국어 과목 비문학 문제를 예로 들면서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면서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후 교육부 대입담당국장이 전격 경질됐고, 교육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직접 언급할만큼 수능은 우리사회에 얼마나 비중이 크고 관심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당초 브리핑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했는데 그가 옮긴 내용은 “학교 교육에서 못 배운 것을 배제한다”였다. 그러나 불과 3시간 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학교 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라고 정정했다. 다음날은 담당 차관이 “무조건 어려운 문제를 배제하라거나 쉬운 수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아무리 부인한다고 해도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수능 출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능 난이도와 관련한 대통령 발언의 취지 자체를 의심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실제로 ‘불수능’이니 ‘물수능’이니 하면서 난이도 실패가 문제된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고등학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대학교수도 못 푸는 문제가 출제돼선 안 될 말이다. 변별력을 이유로 킬러 문항이 출제되면 이것을 가르치는 학원과 사교육 수혜를 입은 학생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문제의식도 맞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속도와 방법이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공정 수능’을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국민과 수험생 학부모가 이를 알턱이 없다. 아무리 옳아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의 백년대계가 좌지우지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수능 5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난이도를 덜컥 바꿔버리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시험공부를 다시하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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