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불법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비근로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불법파업 피해에 기업의 손배소를 어렵게 만든 판례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노란봉투법’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대법원의 기울어진 잣대는 기업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기업들이 앞으로 노조의 불법파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파기환송된 사건은 거대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려는 노란봉투법의 연계 선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0년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불법 점거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했다.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해 20억원의 배상금을 판결한 2심을 깨고 대법원은 “쟁의행위와 관련해 개별 노동자의 책임 제한은 각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 참여 정도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 판례가 야당이 지난달 본회의에 일방적으로 직회부한 노란봉투법과 맥락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불법파업 손배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개인의 가담 정도에 따라 배상금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골간이다. 대법원의 판례대로라면 앞으로 기업은 노조원들의 책임을 일일이 입증할 수 없으면 배상 청구가 불가능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당장 경제단체들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마저 제한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퇴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유독 이번 판결을 서두른 까닭도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번 판례가 노조의 불법파업에 면죄부가 되는 일이 앞으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후속조치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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