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들은 국가의 청렴 척도도 높은 편이다. 국민소득 3만∼5만달러인 핀란드ㆍ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캐나다ㆍ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전통적으로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은 국가청렴도(CPI)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다.
이에 비해 국민소득 2만달러의 한국은 겨우 50점을 넘었고 순위는 40등 안팎이다. 경제력 10위권으로 보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혹자들은 말하지만 청렴 수준은 아직 멀었다.
이른바 브릭스(BRICs)권인 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 등은 100등 안팎이고 극빈 아프리카 일대는 최하위권이다. 못 사는 만큼 청렴도가 낮음을 방증한다.
유엔 180 여 회원국 중 청렴도 최상위권 핀란드의 국회의사당에서는 의회 지도자들의 자가용을 볼 수 없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의원들이 많다. 아니면 지하철을 탄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는 검정색 큰 차들이 즐비하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여의도 한강변까지 차지한다.
청정지역 캐나다 역시 수준 높은 청렴국가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州) 수상을 지낸 글렌 클라크는 친구가 2천여만원을 들여 집수리를 해줬다는 문제가 불거져 가택 수색을 받는 고초를 겪었고 선거에 참패했다. 보수당 출신 연방수상 멀루니는 친구의 무기 도입 편의를 봐줘 재판을 받았고 자유당에 참패했다. 정권을 이어받은 자유당도 혼쭐났다. 자유당은 공금낭비 방조 혐의로 크레티앙 정부가 붕괴되는 운명을 맞았다.
미국은 뉴욕 주지사가 몇 만원짜리 야구 입장권 몇 장 선물 받았다가 엄청난 벌금형을 받았다. 미국 관료들은 20달러 내외의 간소한 선물을 받는다. 물론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단돈 1센트라도 받으면 엄벌에 처한다.
우리보다 잘 사는 홍콩ㆍ싱가포르도 청렴수준이 세계 5위권이다. 반부패 수사기구 ‘염정공서’ 수사관들은 부정부패 혐의가 있다고 인식만 해도 바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침만 뱉어도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는 싱가포르는 검경을 지휘하는 ‘탐오조사국’이 있다. 두 국가는독립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이 수사기구들의 힘 때문에 화교권에 만연된 부패로부터 자유롭다.
요즘 새 정부 각료 후보자들 청문회가 한창이다. 세심히 보면 이들의 공통 의혹이 있다. 증여세 탈루는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저질렀다. 위장전입, 병역면제, 위장취업, 전ㆍ현관특혜, 업무추진비 사적사용, 인사청탁, 이권개입 등은 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다.
관행적 부패 속에 산업화를 겪은 고위 관료라면 누구도 깨끗할 리 없을 것이다. 박봉에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여기저기 위장전입하면서 크든 작든 재테크에 몰입했고, 자식을 좋은 학교 보내려고 이곳저곳 이사 다녔으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청백리를 찾는다는 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이달 퇴임하면서 기념패도 낭비라며 못 만들게 하고 승용차를 직접 몰아 편의점 일터로 돌아가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지도자가 많아질수록 잘 사는 청렴선진국에 조기 진입할 것이다.
한국교통대 교수 김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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