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이다. 그래서 철강경기에 따라서 포항시의 경제나 경기가 포항시민들의 생활의 질을 움직인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철강 시장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를 모르는 시민들이 아마도 없을 것으로 짐작을 한다. 이들 철강공장들은 대개가 본사를 외지에 두고 있다. 포항에 공장만 있다. 그럼에도 지역 업체임을 강조하면서, 포항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공장이 포항시에서 가동하여 지역민들이 업체에 취업하여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포항시민들도 사랑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민들 모두 이를 인정하면서, 포항시민들이 이들의 업체에 사랑을 보내고 있다. 공장이나 시민들도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위 같은 사랑이 과연 좋은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포항산불이다. 포항시민 너도나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복구를 위해 성금을 내고 있다. 이는 이웃의 어려움에 동참하기 하기 위한 것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일이다. 동참에는 성금금액이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라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포항철강공단 내에 3백여 개의 공장을 대표하는 이사 업체들이 산불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을 공동명의로 낸 것에 대해 일부 시민적인 여론은 성금을 내는 과정에서 무성의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게다가 돌려주자는 극단적인 여론도 없지가 않다. 이 같은 여론에는 공동명의 뒷모습으로,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명의로 성금을 내면서 막상 자기는 공동명의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내되, 자기가 직접 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여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들도 없지가 않을 것으로 볼 측면도 있다. 이럼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이의에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서, 비난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해당 기업은 이를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일부 이를 인정하기도 할 것이고 또한 전혀 그렇지가 않다면서 억울하다 할 업체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공동명의 성금에 착잡한 심정이다. 여기에서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안 내는 것보다는 일단 내는 것이 좋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성금 기탁에 참여한 10개사는 포항철강관리공단 비상임 이사 14개사 중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TCC동양, 홍덕스틸코드㈜, 동양에코㈜, 성우오토모티브㈜, ㈜스틸플라워, OCI㈜ 등 9개사와 나주영 이사장이 운영하는 제일테크노스 등이다. 비상임 이사 업체 중 조선내화㈜는 산불이 발생한 후 지난 11일 제일 먼저 임직원이 1억1천만 원을 기탁했으며 ㈜삼일은 삼일가족과 함께 지난 13일 1억1천만 원을 전달해 공동모금에서 제외됐다. 이사 업체 중 ㈜포스코건설 등 3개사는 자체 사정으로 공동모금에서 빠져 10개사가 참여했다.
포항시에는 1,2,3,4단지와 청림지구, 4백만 평에 3백여 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은 포항철강공단을 대표하는 업체들이다. 20여년 만에 대재앙이라는 포항 산불피해에 공동명의 뒤에 숨어서 성금을 낸 것은 시민들의 자존심과 이들 업체에 지금까지 포항시민들이 보낸 사랑을 생각하면 배신감도 느낀다는 게 일부의 여론이다. 사랑에 상처도 입었다. 공동명의도 산불이 난지 한참이나 지나서 냈다. 그동안 생각해낸 것이 기껏 공동명의인가를 묻고 싶을 지경이다. 포항시민들이 느끼는 심정을 공동명의로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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