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 감사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1조원이 넘는 돈이 엉뚱한 비위사업에 쓰인 데다가 횡령과 허위 수령, 리베이트 수수 등 갖가지 비위 수법이 마치 범죄단체의 행태를 보는 듯해서다. 이렇게 보조금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뒷돈 챙기기에 혈안이 된 단체들이 과연 설립 취지에 맞는 공익활동을 하나라도 제대로 했을까 하는 강한 의심마저 들 정도다.적발된 부정·비리 행태를 보면 너무나 어이가 없고 기가차다. 한 통일운동 단체는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국고보조금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강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한 이산가족 교류 관련 단체는 임원이 소유한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와 임원 가족 통신비에까지 국고보조금을 사용했다. 또 한 일자리 지원 단체는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 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돼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이미 취업한 사람이나 창업한 사람 등 무자격자를 선정하고 이를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일부 시민단체의 無法天地 도덕 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조금 사용과 관련한 정부부처 조사결과는 빙산(氷山)의 일각이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비리행위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조사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국 243개 지자체도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사용내용을 전수조사 했었다.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들은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을 빠짐없이 올리도록 시스템화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런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게 참으로 더욱 놀라운 일이다. 정부 돈은 눈먼 돈이고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 血稅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 5일 보조금 비리와 관련해 단죄(斷罪)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안 된다. 단체들이 횡령한 돈은 단돈 1원까지도 전액 환수해 보조금으로 제 주머니를 챙기는 악습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만 한다. 또한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성 보조금은 과감히 들어내는 등 보조금 구조조정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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