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포항범대위의 갈등이 끝이 안보인다.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양측의 갈등에 이제 시민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예전엔 포스코와 포항시가 상생, 화합의 목소리를 내면서 서로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그런데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가 생기고부터는 포항시와 포스코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서로가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어쩌다 포항이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됐나. 이제 더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어떻게든 갈등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갈등을 풀어주고 쓴소리를 낼만한 중재자나 큰 어른(원로)이 포항엔 없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병 치료로 부재중인 이강덕 포항시장의 영향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쓴소리를 내고 중재할 큰 어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포항에 진정한 큰 어른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포항범대위는 오는 15일 포스코 포항 본사 앞에서 1만여명이 참여하는 포스코 지주사 관련 범시민보고대회 및 회장 퇴진 총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우려되는 점은 과격시위다. 이날 총궐기대회 땐 포스코 회장의 화형식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답답한 심정이다. 화형식 같은 과격시위가 여과없이 중앙언론 등을 통해 보도될 경우 포항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도 물 건너 갈게 뻔해 보인다. 이날 화형식 대상의 포스코 회장이 이차전지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의 수장인데 그 광경을 목격한 심사위원들이 포항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포스코퓨처엠은 에코프로와 함께 포항을 대표하는 이차전지 업체로 이번 포항 특화단지 지정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과격시위로 경쟁도시 울산과 군산에게 빌미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그동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0순위로 거론돼 온 포항의 공든탑도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과격시위를 추진하는 포항범대위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 단체가 과연 포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인가라는 점에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포항의 포항뿌리회,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포항향토청년회 등은 순수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지만 포항범대위를 순수 시민단체라고 규정하기에는 쉽게 납득이 안간다. 포항지역 29개 각 읍면동 관변단체의 도움을 받아 조직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와 포항범대위의 갈등은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중재할 큰 어른이 없다면 이제부터는 포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양측의 갈등을 먼산 불 구경 하듯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하나. 포항시민들 역시 이번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기를 원치 않는다. 하루빨리 사태를 풀어 줄 중재자나 큰 어른이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