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바다의 아름다운 잔물결, 손전등을 켜고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바위 사이로 느긋하게 움직이는 생물을 잽싸게 낚아채어 올린다. 8개의 다리, 문어다! 지인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안주거리를 직접 잡는 손맛의 즐거움, 이것이 진정한 치유 아니겠는가?띠리링.... “감사합니다. 포항해양경찰서 상황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해안가 ○○갯바위 쪽인데요, 바다 아래에 불빛이 어른거려요.”, “방금 몇 사람이 바다로 들어갔어요, 빨리 오세요.”, “여기 ○○어촌계장인데요, 동호회 사람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갔어요. 어서 와서 확인해주세요.”봄기운이 완연한 계절, 주말을 앞둔 저녁이면 해양경찰서 상황실과 파출소에서는 해질녘부터 새벽까지 쉼 없이 울리는 해루질 신고사항을 확인하느라 분주해진다. 해루질, 밤바다에서 불을 밝혀 해산물을 채취하는 용어로 지금은 송진기름을 잔뜩 묻힌 ‘홰’대신 손전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을 충청도에선 ‘해루질’, 경상도에선 ‘홰바리’, 또 지역에 따라 ‘화래질’, ‘해락질’, ‘홰질’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으나, 요즘은 ‘해루질’로 통용되는 듯하다. SNS, 유튜브, 예능방송에서 어촌과 섬 생활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너도나도 방영하고 있다. 바다와 어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해루질 역시 개인레저 활동으로 각광받으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초기 간단한 도구나 맨손을 이용하는 취미활동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비어업인의 해루질 활동은 물론, 스쿠버 장비 등을 이용한 수산물의 불법 포획·채취가 늘어나면서 어족자원을 두고 어민들과의 마찰 또한 증가하고 있다.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생활 터전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촌지역의 어업인들은 일부 무분별한 비어업인의 해루질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신고어업(맨손어업) 및 비어업인의 포획·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해 야간 해루질 금지조치를 내렸음에도 신고는 감소하기는 커녕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해양레저 활동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양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해루질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수심이 깊은 동해안보다 주로 서해안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동해안에서도 야간에 해무 등에 의한 방향 상실, 갯바위 고립, 방파제에서의 추락 등 익수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안전관리 요원이 상시 배치되어 있는 해수욕장과 달리 안전요원이 없는 갯바위, 방파제 등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로 일어나는 사고가 대다수다. 안전하고 품격 있는 해루질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딱 세 가지만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자.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혼자 해루질을 나갔다가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둘째,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구조를 요청할 때에 대비해 사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해로드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자. 서해안의 경우에는 만조와 간조 등 물때시간을 숙지하고 스마트폰에 알람을 설정해 미리 바다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셋째, 갯바위와 방파제 테트라포드는 갑작스런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해상으로 추락하거나, 다리가 빠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음주상태의 활동은 절대 삼가 주시기를 바란다.마지막으로, 불법도구와 스쿠버장비를 이용해 마을어장과 양식장까지 침범하여 산란기에 접어든 어류·패류까지 포획·채취하는 해루질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순수한 레저범주 안에서 안전수칙을 이해하고 법령을 준수하면 더 품격있는 치유활동이 되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어업인과 비어업인간의 상생 방안을 찾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비어업인에 대한 다양한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기억하자. 바다는 준비되지 않는 자에게는 잔인하다. 그리고, 잊지 말자. 풍요로운 바다, 안전한 바다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