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전셋값에도 못 미치는 이른바 ‘깡통전세’와 종전 전셋값이 현재 시세를 턱없이 밑도는 ‘역전세’가 판치고 있다. 역전세의 경우 당장 다음달 대규모 입주 물량까지 대기 중에 있어 ‘6월 대란’ 경고음마저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지난달 기준 16만 300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만 6000가구에 비하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 가구는 51만 7000가구에서 102만 6000가구로 2배가량 늘었다. 깡통전세든 역전세든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점에선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정부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늘어나는 속도는 깡통전세가 더 가파르지만 비중으로 놓고 보면 역전세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전세 거래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지난달 52.4%다. 전셋집 2가구 중 하나는 ‘보증금 펑크’ 위험에 노출돼 있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은이 거래 신고분만 분석한 자료여서 그렇지 미신고분까지 감안하면 실제 위험 가구는 훨씬 더 많은 셈이다.업계가 추계한 6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2870가구다. 2021년 11월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신규 전세 물량까지 쏟아지면 전셋값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전세사기로 직격탄을 맞은 인천의 입주 물량이 특히 많아 걱정이다. 높은 전세를 끼고 손쉽게 집을 사는 ‘갭투자’가 정점을 찍은 것은 2021년 상반기다. 이 계약의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속속 돌아온다. 깡통전세의 72.9%, 역전세의 59.1%가 내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끝난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한꺼번에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이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집주인의 보증금 마련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이런 조치는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도 짚어봐야 한다. 집주인이 대출로 전세금을 해결하면 기존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있지만 신규 세입자는 은행보다 보호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면 금융사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단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책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