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는 늙은 비가 내렸다가로등 불빛이 침침해졌다꽃잎의 불을 꺼버린 해바라기는벽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비가 지나고 난 뒤체온이 낮아진 방에 필요한 건혼잣말을 덮어줄 담요 한 장,책장 위에 올려둔 모과도검은 페이지가 조금 더 늘었다향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비의 파장 속으로 들어가 숨고젖은 고양이처럼 바람이백태 낀 혀로 골목을 핥고 있었다새가 벌어지기 시작한 창틀과부쩍 잔기침이 늘어난 창문과 함께웅크려 누워 있으면지나간 비는 허리가 아팠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저녁 무렵 내리는 비가 측은해 보인다. 어둡고, 춥고, 슬펐기 때문에 더 측은해 보였을 것이다. 비가 오면 허리가 더 아팠던 사람인 것 같다. 혹여 혼자 사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차가워진 방에만 있었기에 체온조차도 낮아진 기온을 견디기가 힘들었을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말을 들어 줄 따듯한 온도를 가진 사람이 곁에 없어서였을 것이다. 혼자서 중얼거리기를 버릇처럼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외로워서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대답하는 생활, 그것이 때로는 쑥스러워져서 혼잣말을 덮어 줄 담요도 필요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가 없던 그 사람의 혀는 늘 백태가 끼어 있다고 했다. 바람조차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백태가 생겼던가 보다. 할 말이 없어져서 대화를 잊어버렸던 것은 아닐른지… 비좁은 골목 사이에 어렵사리 지어놓은 집 창틀은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창문은 낡아서 삐그덕거렸다. 마치 잔기침을 하는 그 집의 주인처럼,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고 육신의 마디마디가 아파 오는 것을 서글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웅크려 누운 자세로 아픈 허리를 다스려보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비가 오면 육신부터 아파오고 그다음 마음도 아파오게 하는 비, 그런 비가 오늘도 내리고 있다. 주변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현대에는 자식이 있으나 없는 것 같고 주변에 사람은 있어 보이나 홀로 외로운 독거노인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가 부족해서일까.<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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