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94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지난 26일 비상구가 열린 상태로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도 210m 상공에서 비상구가 갑자기 열렸고, 여객기는 2분쯤 지나 활주로에 내렸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사고였다. 승객들은 안으로 밀려든 거센 바람으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공포에 떨었다. 승무원들의 목숨 건 안전조치로 모두 무사했다.
이런 사고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륙 직전이나 착륙 직후 활주로를 이동할 때 승객의 부주의로 비상구가 개방된 사례는 있지만 상공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기는 항공사 이래 없었던 일이다. 사고는 비상구 쪽 좌석에 있던 승객 A씨가 마음대로 비상구를 열어 발생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믿기지 않는다. A씨는 자기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비상구 레버를 당겨 열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쉽게 열 수 있는 구조라면 언제라도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A씨는 지난 28일 구속됐는데 당연한 결과다.항공기는 고공 운항 중에는 내외부의 기압 차이가 커 인력으로 비상구를 여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기압 차가 거의 없는 저공, 즉 착륙 직전에는 비상구 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내 항공기는 대부분 운항 중에 비상구가 열리지 않게 하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사고 항공기(A321-200) 등 그런 장치가 없는 일부 중소형 기종이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이 사고 기종의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전면 중단했지만 그것만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한 승객의 돌출 행동이라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테러리스트나 정신병력자의 악의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잠금장치 설치가 최선이지만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차선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비상구 앞자리 승객은 비상 상황 시 탈출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좌석을 비워두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승무원 좌석을 비상구 쪽으로 이동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공 당국도 항공사 자율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