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전국 479개 공공기관의 노사 단체협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황당해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민간의 모범이 돼도 모자랄 공공기관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허탈하기만 하다.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면 해고한다는 단협사항은 발상 자체가 충격적이다. 노조 활동의 방해가 우려되면 채용하지 못하고 노조가 채용을 거부하면 수용해야 한다는 단협에 도장을 찍은 기관장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아직 공공기관에 이런 기관장이 존재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기관장은 국민이 아니라 노조와 노조지도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사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공공기관은 조사 대상의 37.4%에 이르는 179곳이나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 할 것 없이 관계 법령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조의 단협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기관의 정원과 구조조정, 성과상여금을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단협도 있었다고 하니 혀를 찰 노릇이다. 해당 기관은 사실상 노조에 경영을 위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법 단협에 거리낌이 없었으니 이런 공공기관 노조와 기관의 배짱이 정말로 용감하다.정부 부문 노사관계에서 위법행위가 범람하고 있는 책임은 당연히 노사 모두에 있다. 고용부는 불법적인 만큼 원천적으로 무효인 단협과 노조 규약은 먼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단협이 위법하다면 공공 부문의 사용자도 같이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정확한 지적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 정부 시절 민주적 기관 운영과 불법적 기관 운영을 혼동해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황폐화한 책임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엄하게 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