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은 구름을
산골짜기 마다 심어 놓았다
순면 생리대 같은 구름은
까닭도 모른 채 골짜기 마다
납작 엎드려 졸고 있다
바람은 짐짓 외면하고
중천 태양도 지쳤는지 숨어버린 한낮
젖은 도로를 더듬는 타이어는
찢어지는 듯 얕은 신음만 뱉고
바다는 숨소리 거칠다
누구는 물안개라 하지만 본질은 같다
다만 다른 습관이 있다면
바람의 외면을 견디지 못하고
거칠게 세상을 흔들기도 한다는 것
마음이 무거워지면 울컥 쏟아내고
투명하게 사라진다는 것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
|
|
박모니카 수필가 |
물안개 같은 사람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아슴프레한 기억흔을 남기는 사람인데 분명히 있긴 있다. 촉감은 자잘한 바람인데 이미 옷은 젖어버리게 하는 묘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랄까. 모호한 어떤 불확실성의 사람인 거다.
구름 같은 사람도 있다. 만질 수는 없으나 존재는 분명 있긴 있었다. 늘 모양을 바꿔서 어떤 것이 실체인지를 모르게 하는 아리송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기는 하다. 다가가기에는 멀고 가까이 하기엔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물안개와 구름의 본질은 물로 되어 있고 형체를 가지지 않는다. 본질은 같으나 습관이 다를 뿐이다. 구름은 바람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세상을 흔들어버린다. 또 바람은 마음이 무거워지면 울컥 쏟아내기도 한다. 비로도 쏟고 눈으로도 쏟는다. 그리고는 구름은 투명하게 사라져 버린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어떻게 믿을까.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은 알지만 여러 형체를 만들어내는 유연성 때문에 사람들을 혹하게 한다. 보고싶어하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대로 느끼게 해준다.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주는 맞춤형이니 어느 누군들 끌리지 않을까. 하지만 결코 진실은 줄 수 없는 사람…인 것만은 확실한…
물안개와 구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 한 편 만지작거려 본다. <박모니카>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