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흔들리고 있다면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네 곁에 흐르리라.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네 곁에 타오르리라.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어느 날 갑자기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그 다음 날 제자들이 찾아 왔다. 갓 이십을 넘어선 어린 여선생을 무던히도 따르던 중학생들이었다. 똘망거리던 눈동자에 부끄러워하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삼십여 년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찾아온 제자들의 모습은 내겐 여전히 중학생이었고,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울산에서, 부산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준 제자들이었다. ‘헌법 위에 선생님!’이라며 재롱을 떨던 모습이 나를 파안대소하게 했다. 내가 건네준 물 잔을 깎듯이 두 손으로 받아들며 황송해하던 모습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대가로 한국 사회의 한 축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자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삼십여 년 전 스승을 잊지 않는 그 우직함, 옛정을 한결같이 간직하고 있는 그 순수함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잘 살아온 그들에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리는 서로 감격스러워 했다. ‘헌법 위에 선생님’이라 외치던 너희들이 있기에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다. 존경보다 우정이 쌓이는 날이었지. 각박이 도처에 깔린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어했던 나를 모처럼 크게 웃게 했단다. 너희들은 나의 감동이다. 나의 좌표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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