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陵 지나 桃源*이란다산, 내, 들- 굽이치는 길내가 사람의 몸을 입기 전에바람인 적이 있었던가난분분 흩날리는 복사꽃 낯설지 않다삭아 주저앉은 지붕과 무너진 흙담쑥대밭이 된 폐가를 지난다몇 개의 무덤과 묘비를 배후로수숫대 같은 늙은이가 밭을 갈고 있다얼망태 질끈 묶인 허리춤에서슬픔처럼 뿌려지는 몇 줌의 씨앗들푸른 불꽃을 다시 일으키는저 환한 몸짓! 도원경이 아니던가밀고 당기던 내 구차한 詩 접고복사꽃 그늘에 깃들어 낮잠이나 청해볼까끝내, 꿈은 인화되지 않으므로 아름다운 것무릉에서 도원까지개 한 마리 짖지 않는다. * 武陵, 桃源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소재<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사람의 몸을 입기 전에 바람이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과도 접촉할 수 있지만 나의 형체를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진 바람, 그 자유로운 바람은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으니 좋겠다. 시냇물을 만나고 같이 놀고, 복사꽃을 마음대로 어루만지고 어울리며, 인동초 향내를 실컷 맡을 수 있고 거기에 머물 수 있으며 태평양 너머 어느 이름 모를 섬에서 쉬다가 올 수도 있는 바람, 그처럼 살고 싶었다. 그 바람의 결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마 무릉도원일 것이다. 곁의 사람은 관심 밖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머물다보니 각박해지고 힘들어지기에 더욱 무릉도원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어디든 바람처럼 훠월훨 날아가 쉬고 싶다. 그렇게 쉬고 싶다. 하늘이 맑고, 천진한 얼굴들만 보이는 곳에 가서 팔깍지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가장 편안한 낮잠을 즐기고 싶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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