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들어오는 고깃배들을 본다빈 그물엔 불가사리만 흉흉하게 붙어있다밤새 건져 올린 죽은 별들저것이 희망이었겠으나 힘껏 탁 탁 털어낸다마음이 또 꽉 다무는 입, 저 긴 수평선방파제 굵은 팔뚝이태풍의 샅을 깊숙이 틀어잡고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살다 보면 종종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태풍처럼 삶이 뒤집어질 때가 있다. 난감하다. 그럴 때 망연자실해 있으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나라가 태풍과 쓰나미를 동반한 IMF체제에 들어갔을 때가 있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가정에서는 대출이자 폭탄을 맞거나 사업이 두 동강 나는 참변을 겪었다. 대처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린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갔다 버리기도 했다. 그 숫자가 참 많았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런 위기에 참패를 당했던 사람들은 입을 꽉 다문다.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껏 물고 있다. 그 태풍을 정면으로 맞아들일 태세를 다지며, 이제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 가슴을 드밀고 있는 것이다. 뱃사람들은 태풍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다. 그물이 비고 흉흉한 불가사리만 건져 올릴 때, 바람의 민낯이 조금씩 세차지고 있는 낌새일 때, 알아차린다. ‘방파제 굵은 팔뚝이 태풍의 샅을 깊숙이 틀어잡고 있다’ 되도록 빨리 배를 감아서 방파제에 묶어 놓으면 그나마 피해가 덜 할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태풍 같은 금융 위기도 그렇고 무심하게 보았던 건강 위기의 전조 증상들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감지되는 대로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떤 위험 상황에도 버틸 다리와 꺾이지 않을 팔뚝을 준비해두어야 할 것 같다. 입을 꽉 다물고 눈을 부릅 떠야 할 것 같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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