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한전)이 지난 11일 기존 자구안 20조1000억원에 5조6000억원을 더한 최선책을 내놓았다. 여권이 뼈를 깎는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압박하자 1조원에 육박하는 ‘알짜 부동산’ 매각과 전 직원 임금동결 및 인상분 반납이 포함된 자구안을 발표한 것이다. 당정은 한전의 자구안을 검토한 뒤 이르면 15일 전기요금 인상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내놓은 자구안을 보면 서울 여의도의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를 임대키로 했다. 9층짜리 남서울본부는 지하에 변전소가 있어 당초 매각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여론에 밀려 변전시설을 뺀 상층부만 매각한다.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임대도 추진하고 한전 및 그룹사의 2급 이상 임직원 4436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 4030명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키로 했다. 6만2000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반납한다는 것. 한전은 이를 통해 3년간 25조7000억원의 재정 건전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몸부림이다. 한전은 이 자구안을 노조에 요청하고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직원들의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담은 것이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노조 동의가 없으면 없던 일로 될 사안을 자구안으로 발표한 것도 이상하다. 결국 노조가 반대하면 추진을 안하겠다는 건가. 방만 경영의 한 축인 인력구조조정이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번 자구안에선 빠졌지만 올해 1588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등 한전의 부실을 키우는 한전공대 문제부터 재검토 해야 한다. 한전공대를 다른 대학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한전의 적자는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빗나간 에너지정책과 정치적 전기요금 통제 탓이 원인으로 보인다. 문 정부가 경제논리가 아닌 표를 노린 정치셈법으로 접근해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은 게 지금의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 역시 진작에 2분기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음에도 국정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계속 미뤄왔다. 전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눈 높이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부담을 초래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