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아무리 뜨거워도물 한 그릇 뎁힐 수 없는저 노을 한 점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아무도 붙잡지 않는한 자락 바람그러나 사랑은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화원으로 만들고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낙타를 태어나게 하고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묻는 그대여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아무것도 없을지라도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온혈동물의 신비한 체온일 뿐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마음속 편지를 띄운다. 어디선가 보고 있을 ‘맑은 눈빛’의 그대를 기다리는 사춘기였을 때 밤하늘의 별은 온통 가슴 속을 덥히는 온돌이었다. 달구어졌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그리움이었다. 사랑의 온도는 세월의 강으로 흘러 부모를 거쳐 배우자에게로, 다시 아이들에게로, 가족에게로 자리 이동을 거듭하며 그 온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알게 되는 한 가지- 사랑은 열정(熱情) 이라는 온도로 시작해서 세월 속에 서서히 온정(溫情)으로 발효되었다가 연민(憐愍)으로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익는 거라고…그래야 비로소 힘을 얻게 되는 거라고…<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