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숙지지 않고 있다. 자고나면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서 전세사기 사건이 툭툭 터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대전에서도 2030 사회초년생에게 30억원을 가로챈 전세사기단이 적발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세사기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면서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 전세’나 사기가 명백히 인정되지 않은 피해주택은 특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도록 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우선매수권을 주고 낙찰대금은 전액 연 1~2%대 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그래도 집을 사들일 여력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시세의 30~50% 수준 임대료만 받고 최장 20년간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카드는 정부가 거의 다 꺼낸 상황이다.정부가 국회에 발의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야당과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방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적 피해를 국가가 구제하게 되면 코인 사기 등 다른 피해도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세금, 임대료, 대출이자 등을 대폭 깎아 줌으로써 떼인 보증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게 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맘에 안들겠지만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다만 부실채권 매입처럼 피해자들의 전세채권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안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설사 회수율이 10~20%에 불과해도 한 푼도 못 건지는 것보다는 낫다. 2년 시한의 전세사기 특별법은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은 보증금 직접 지원만 고집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당정도 더 담을 수 있는 피해자 구제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정부 지원책 조건이 까다롭고 주관적인 것도 다소 염려스럽다. 사기가 인정돼야 하고 피해자가 다수여야 하는 등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사기만 해도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 전세’와의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다. 별도의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지원 대상을 판단하겠다는데 억울한 탈락자나 사각지대가 나오지 않도록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구제대책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